디지털 노마드

퇴사하고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까지 준비 과정

룰루보트 2025. 6. 24. 09:00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묻는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나 역시 그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내 삶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조직은 내 창의성을 소모만 할 뿐, 어떤 보상도 주지 않았다. 무기력감이 쌓이던 어느 날, 나는 결심했다. 직장을 버리고 디지털 노마드로 살자. 내가 직접 삶을 설계해보자.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충동이나 낭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고, 준비가 부족하면 ‘자유로운 삶’은 ‘생존의 연속’이 된다. 나는 퇴사 전 6개월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노트북 하나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일 뿐이었다. 그 믿음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구체적 전략’이 필요했다. 이 글에서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디지털 노마드로 전환하기까지 어떤 준비를 했고,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출국했는지 그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회사 퇴사하고 디지털 노마드 되기까지 준비 과정

퇴사 전 준비과정: 회사에 다니며 동시에 독립 시스템 구축하기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너무 빠르게 결정하지만, 나는 준비기간만 6개월을 잡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의 지출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3개월 동안의 카드 사용 내역, 통장 내역, 자동이체 리스트를 분석하고 월 최소 생활비를 계산했다. 내가 잡은 최소 생존 비용은 월 120만 원. 여기에 변수까지 고려해 6개월 치, 약 800만 원 정도의 ‘노마드 준비비’를 확보했다.

이후엔 ‘노마드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매일 퇴근 후 2시간씩은 글쓰기 훈련과 블로그 운영에 집중했다. 3개월 안에 애드센스를 통과했고, 6개월 차에는 하루 평균 1,000명 방문자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크몽, 탈잉, 프립 같은 국내 프리랜서 플랫폼에 가입해 소규모 글쓰기 작업과 콘텐츠 기획 프로젝트를 수주받았다. 수익은 작았지만, ‘내가 회사 밖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기술적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거의 Outlook과 Excel만 썼지만, 디지털 노마드로는 그걸로는 부족하다. 나는 Notion, Trello, Slack, Figma, Google Drive, Zoom을 매일 실습하며 익혔다. 강의도 수강했고, 실습도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준비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 정리’였다. 특히 부모님과는 수십 번 대화를 나눴다. 걱정을 충분히 듣고, 퇴직 이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예기치 않게, 부모님은 “너무 철저하게 준비했구나. 너답다.”는 말로 나를 지지해주었다.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출국 허가증과도 같았다.

 

퇴사 및 출국의 순간: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접점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마지막 날 책상을 정리하면서 “이젠 진짜 혼자다”라는 감정이 묵직하게 밀려왔다. 퇴직금이 들어온 날, 나는 절반은 비상자금 통장에 묶고, 나머지는 디지털 노마드 초기 정착 비용으로 따로 관리했다. 항공권을 예매하고, 1개월 숙소를 미리 예약한 뒤, 국민연금 지역가입 전환 신청, 건강보험 자격 상실 처리, 국세청 개인사업자 등록 폐지 신고 등 각종 행정 처리를 끝냈다.

출국지는 태국 치앙마이였다.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유명한 이곳은 월세 40~50만 원 수준에, 커피 한 잔 2,000원대, 와이파이 빠르고 외국인 친화적이다. 첫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는데, 실제로는 사진과 달리 습기가 심하고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제 모든 문제를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체크인 후 바로 동네 커뮤니티에 들어가 숙소 추천을 물었고, 하루 만에 더 나은 월세 방을 찾아 이사했다.

치앙마이의 첫 주는 ‘생존’이라는 단어에 가까웠다. 식당 메뉴판은 영어도 없었고, 현지 유심이 터지지 않아 카카오톡도 안 됐다. 밤마다 인터넷으로 외국인 전용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았고, 직접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했다. 불안감은 컸지만, 동시에 내 안의 자립심도 자라고 있었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면, 다음 날은 한결 수월해졌다. 바로 그것이 디지털 노마드 초반의 본질이었다.

 

디지털 노마드, 내가 설계한 삶 위에서 시작된 진짜 '일상'

노마드 초기 30일은 ‘자유’를 누리기보단 스스로를 다시 훈련시키는 시기였다. 아침 7시에 기상해 명상, 운동, 이메일 체크, 오전 작업, 점심, 카페 이동, 블로그 글 작성, 오후 미팅이라는 루틴을 만들었다.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스스로를 ‘회사보다 더 엄격한 상사’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결과, 블로그 방문자는 계속 증가했고, 프리랜서 의뢰도 서서히 늘었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돈을 버는 감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월급만 받았지만, 노마드 생활에서는 내가 쓰는 글 한 편, 한 줄의 코드, 하나의 영상이 돈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기에, ‘가치 있는 작업’에 집중하게 되었다. 더불어, ‘오늘 하루가 얼마나 의미 있었는가?’를 스스로 매일 평가하는 습관이 생겼다.

외로움은 있었다. 명절날은 특히 그랬다. 하지만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도 성장의 일부였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디지털 노마드들과의 모임, 언어 교환 파트너와의 소소한 대화가 삶의 균형을 가져다주었다.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디지털 노마드는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다시 쓰는 여정이었다. 더는 남이 짜준 일정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는 대본 위에 내 하루를 살고 있다.